- 저자
- 유발 하라리
- 출판
- 김영사
- 출판일
- 2024.10.11
가족을 통제하려 한 소련의 시도를 비꼰 스탈린 시대의 블랙 유머가 있다.
스탈린이 신분을 숨긴 채 공장을 방문하여 한 노동자와 대화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누구죠?"라고 묻는다.
"스탈린입니다."
노동자가 대답한다.
"어머니는 누구죠?"
"소련이요." 남자가 말한다.
"당신은 뭐가 되고 싶습니까?"
"고아요."
당시에는 이런 농담을 하면, 집 안에서 가까운 식구에게 말했다 해도 자유 또는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소련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가르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당이나 스탈린에게 충성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바로 "입을 다물어라"였다.
소련에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거의 없었다. "
극우의 전체주의화: 가정과 일상까지 침투하는 충성의 정치
극우 정권이 추구하는 통제는 단순히 정치 제도나 법률 체계를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과 개인의 내면까지 장악하는 것이다. 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이 되는 가족, 양심, 표현의 자유는 극우 전체주의에겐 그 자체로 위협이다. 그래서 이들은 국민을 이념적 공동체로 재편하고, 혈연보다 국가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관계를 주입한다.
일부 극우 정부는 자신들을 ‘진짜 국민’의 수호자로 자처하며, 부모가 정부를 비판하는 순간 아이들에게 부모 대신 ‘국가’를 섬기도록 유도한다. 교실에서 ‘국기 경례’를 넘어, 정권에 불만을 제기하는 부모를 감시하고 보고하라는 내용이 은근히 주입된다. **"누가 아빠 말고 집안을 지켜줄까? 국가다"**라는 말이 일상 교육 자료에 등장하고, **"진정한 애국자는 가족보다 조국을 먼저 생각한다"**는 구호가 교문 앞 현수막으로 내걸린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바로 개인의 자유와 비판의 공간이다. 아이는 더 이상 부모에게 정치에 대한 궁금증을 물을 수 없고, 부모는 아이 앞에서 진심을 말하지 못한다. 학교와 집 모두가 감시와 통제의 연장선이 되면서, 가족은 더 이상 신뢰의 울타리가 아닌 검열의 장으로 바뀌어 간다. 말보다 먼저 눈치를 봐야 하고, 농담조차 내부 고발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한 가지 교훈만을 자녀에게 가르친다.
“충성하라는 게 아니다. 그냥 입을 다물어라.”
극우 전체주의가 무서운 이유는 그 억압이 명확한 금지보다 일상의 ‘침묵’을 통해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침묵은 체제를 지탱하는 가장 조용한 협조이며, 결국엔 자유를 가능케 했던 모든 인간적 관계와 신뢰를 파괴한다.
전체주의는 탱크보다 말 없는 저녁 식탁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무엇을 말할 수 있느냐’보다 ‘누구 앞에서 말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극우 전체주의가 바라는 최종 형태다 — 말을 잃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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